청춘을 건너 완숙의 길로
한재윤의 Inventing together
삼수 만에 시작한 대학 생활과 힘든 공부 과정을 거쳐 현재 3년차 변리사로 활동 중이다.
갓 결혼한 풋풋한 신랑인 그는 파릇한 청춘의 길 끝에서 새로운 여정을 맞이하고 있다.
세아가 선물한 시간
건축이 좋아 고려대학교 건축학과에 입학했다. 건축 공부는 기대만큼 재미있고 성적도 좋았지만 진로로 확정짓기엔 망설여졌다.
당시 집에서 그를 포함한 삼남매 모두가 대학생이었는데 ‘각자 알아서!’라는 가풍에 따라 학비와 생활비를 자력으로 해결해야 했다.
하루 다섯 건의 과외를 하며 돈을 벌던 시절, 그의 하루하루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학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곳은 많았지만 세아해암학술장학재단처럼 생활비까지 지원해주는 곳은 거의 없었다.
재단의 담당자는 그를 비롯한 장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돈 벌기 위해 편의점에서 휴대폰 게임 하며 알바하지 말고, 그 시간을 다른 데 투자하세요.
공부하거나 재능을 펼치거나 아니면 마음껏 놀아요. 지금 여러분에겐 그런 시간이 중요합니다.”
재단으로부터 2년간 학비와 생활비를 지원받게 되면서 그는 하던 과외를 그만두었다.
돈 욕심에 계속 할 수도 있었겠지만 과감하게 끊어야 할 것 같았다. 전에 없이 여유로운 시간.
그는 자연스레 미래를 떠올렸다. 진로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그림 그리더니 변리사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발명을 공개하는 사람
5학년 1학기를 마치고 변리사 공부를 시작해 2년 만에 시험에 합격했다.
복학해 남은 한 학기 동안 이중전공으로 전기전자공학 학위까지 따냈다. 이왕이면 전기전자 분야를 담당하는 변리사로 일하고 싶어서였다.
우리나라는 ‘Top 5’ 안에 드는 IT 기술 강국.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많은 기술특허가 나오고 있고 AI를 비롯해 앞날도 밝다.
자원도 인구도 적은 우리나라에게 기술특허는 사활을 걸어야 할 만큼 중요하다.
변리사로서 시간과 경험을 쌓은 선배들은 ‘인류의 기술발전에 이바지한다.’는 큰 사명감을 지니고 일한다는 걸 그는 잘 안다.
발명을 특허로 등록해 세상에 공개한다는 건 인류의 지속적인 기술발전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발명들을 구제하려 애쓴다. 특허출원 비용을 아끼기 위해 포기하는 발명 중에는 사라지기엔 아까운 것이 많다.
그들의 가치를 발굴해 기업 담당자에게 특허출원을 제안하고 설득한다.
인류 역사 속에서 사라질 뻔한 발명이 끈질긴 노력으로 세상에 공개될 때, 그는 변리사로서 가장 보람된 순간을 맞이한다.
이런 선배이고 싶다
선배 변리사들을 올려다보며 바쁘게 뛰어온 3년. 이제야 어느덧 성장의 가닥이 잡히는 것도 같다.
의뢰인이 들고 오는 발명을 그대로 복사해서 붙여넣기만 하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
이를 위해 공부하고 연구하는 공동발명가. 그런 변리사의 모습으로 후배에게 귀감이 되고 영감을 주고 싶다.
큰 사명감으로 일하는 대선배들의 모습에서 그가 영감을 얻은 것처럼.
그에게 세아해암학술장학재단은 ‘가장 고마운 곳’이다. 재단이 없었다면 미래에 대한 고민도 준비도 할 수 없었고 당연히 현재도 없을 것이다.
‘장학생 한재윤’에게 힘과 위로가 되어준 그 말을 그는 후배 장학생들에게도 전해주고 싶다.
“재단의 장학생이 되었다면 자부심을 가지세요. 그리고 취업을 준비하든 연애를 하든 놀러 다니든 하면서 생각할 시간을 많이 가지세요.
지금 여러분에겐 그 시간이 꼭 필요합니다.”
열정으로 달려온 청춘의 길 끝에서 잠시 자신을 다독이고 다시 걷는다.
새 길을 걷는 이의 어깨가 좀 무겁다. 책임과 사명이 걸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