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버스를 프로젝트로 진행할 땐 늘 2% 부족한 느낌이었다.
2%를 채운다면 토버스는 날아오르지 않을까, 2% 정도면 해볼 만하지 않을까. 그래서 창업에 나섰다.
한창 피부에 고민이 많던 열다섯 살의 박지현은 궁금했다.
“왜 사람들이 좋다고 말하는 화장품을 썼을 때 나는 여드름이 나는 걸까?”
화장품을 구입하기 전 전성분을 확인하고, 피부과학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고, 대학에 화장품공학과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안 것도 그때였다.
그녀는 자연과 사람 모두에게 이로운, 새로운 화장품을 세상에 제안하겠다는 꿈을 키웠다.
그리고 몇 년 뒤 화장품공학과가 있는 유일한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인 건국대학교에 입학했다.
스무 살 화장품공학도가 꿈을 펼칠 아이템과 만난 곳은 제주바다.
제주가 좋아 자주 여행을 다니던 중 우연히 괭생이모자반과 해녀의 이야기를 알게 된 것이 시작이었다.
괭생이모자반은 제주바다의 골칫거리다. 지구온난화로 급증해 해상 어업을 방해하거나 해안가로 밀려와 악취를 유발하는 등 피해를 주고 있다.
특히 물질하는 해녀들에게는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한 존재다.
그녀는 화장품 원료로서 괭생이모자반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해조류인 괭생이모자반은 후코이단 성분을 다량 지니고 있는데, 후코이단은 화장품 보습 성분으로 흔히 쓰이는 히알루론산보다 130% 높은 보습력을 지녔다.
토버스(TOWBUS)라는 이름으로 괭생이모자반 추출물을 활용한 화장품 개발 프로젝트에 나선 그녀.
토버스의 ‘TOWB’는 히브리어로 ‘아름답게 하다’란 뜻이고, ‘US’는 ‘바다와 사람’을 의미한다. 바다와 사람을 아름답게 한다는 비전이 이름에 담겨 있다.
그녀는 제주바다를 괴롭히는 괭생이모자반을 제주도와 함께 수거하고 제주 해녀가 식재료처럼 엄선해 높은 보습력을 가진 화장품으로 재탄생시켰다.
출시한 샴푸바와 바디바는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현재는 기존 제품의 리뉴얼 런칭과 함께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토버스 프로젝트의 부족한 2%를 채우기 위해 창업을 결정한 그녀는 요즘 그야말로 ‘청춘을 쏟고’ 있다.
브랜드의 향을 개발하기 위해 천연 조향을 배우고, 제주청년창업사관학교의 최연소 입교자가 되어 일주일에 이틀은 제주로 날아가 수업을 듣는다.
서울에 있는 날에도 다양한 미팅과 회의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막상 해보니 2%가 예상보다 꽤 크다는 걸 매순간 깨닫지만, 어려움을 뛰어넘을 만큼 가치가 크다는 것을 안다.
2%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실행한 사람만이 맛볼 수 있는 보람일 것이다.
그녀는 토버스 프로젝트로 세아해암학술장학재단의 제3기 커리어챌린지 장학생으로 선발되었다.
당시 토버스의 성장이 자신의 성장보다 빨라 따라가기가 벅차게 느껴졌던 그녀는 장학생 선발과 함께 재단에서 추천한 멘토링 프로그램과 조언으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이어 재단의 제1회 커리어챌린지 콘테스트에서 당당히 대상을 수상했고, 헐트 프라이즈 써밋 파이널 리스트,
인액터스 월드컵 한국 대표 파이널리스트, 2024 학생 창업유망팀 300+ 우수팀 선정 등 국내외 여러 대회에서 수상하며 주목을 받았다.
이처럼 많은 이들의 응원을 밑거름 삼아 제작된 신제품이 이번 여름 출시를 앞두고 있다.
토버스의 비전은 ‘일상에 맑은 제주의 숨비를 전하다.’ 해녀가 물 위로 떠올라 내뱉는 숨소리(숨비)처럼 고단한 현대인의 삶에 온전한 쉼을 건네고자 하는 바람을 담았다.
토버스를 시작했던 스무 살에 이어, 바빴다는 기억뿐인 스물한 살을 지나, 여전히 바쁜 스물두 살을 살고 있는 그녀.
‘스타트업은 생존’이라는 말도 있듯이 끊임없는 위기 속에서 좌절하고 실망하고 다시 일어나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을 배우면서 성장 중이다.
그녀 자신도 토버스도 지금보다 단단해지기 위해 상처와 재생을 반복하는 중이다.